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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설·기고

[데스크칼럼] 인지와 구제의 괴리적 한계…제도가 방간한 교사의 죽음

학교도, 교육자도 억울한 눈물을 흘리지 않게 만드는 진정한 제도와 법
행정적·형식적 수습에만 치중하는 제도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경기핫타임뉴스=김삼영 기자] 기간제로 시작해 한 학교에서만 20여 년간 교편을 잡았던 교사가 얼마 전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도, 지병도 아니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벼랑 끝에서 작은 외침을 토해내던 고인(故人)의 흔적을 취재했던 기자로서, 참담하고 먹먹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취재의 시작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와 사학재단의 비리를 고발한 뒤 도리어 교권 침해에 준하는 보복성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던 한 교사, 그리고 그의 억울함을 풀고 교원을 보호하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나면서부터다.

 

고인은 학교 내부의 여러 비위 문제를 1인 시위와 국민청원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교원임용 인사 개입부터 동료 교사의 음주운전 은폐, 특정 학생에 대한 특혜, 학부모 유착 사업 강행, 통학버스 운영 비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릴 수 없었다는 것이 그가 내부 고발자를 자처한 유일한 이유였다.

 

그 대가는 가혹했다. 우리 사회는 양심적인 고발을 투철한 정신으로 치켜세우기보다, 조직의 안위를 해치는 ‘튀어나온 돌’로 취급하곤 한다. 정(釘)을 맞은 것일까, 아니면 남들과 달랐던 탓일까. 고인이 주장한 일련의 사안들은 관리·감독 주체인 교육행정청에 의해 ‘학교와 교사 간의 상반된 주장’으로 치부되며 철저히 매몰됐다. 갈등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학교 내부는 곪아 터졌고, 사회적 제도를 벗어난 문제는 끝내 폭주하기 마련이었다.

 

그 과정에서 교사는 명예훼손, 사문서위조, 업무방해 등 총 4건의 고소·고발을 당했다. 학교 측은 기다렸다는 듯 각종 징계를 내렸고, 업무와 보직에서 그를 배제했다. 교무실 책상마저 치워버렸다. 고인은 죽고 싶을 만큼 극심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절규했다. 이 정황들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갑질에 의한 교권 침해’였다.

 

그러나 사안을 감사한 교육행정청의 결론은 허망하게도 ‘문제없음’이었다. 더 큰 문제는 감사 방식에 있었다. 강제 수사권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단순 면담만으로 모든 사안을 졸속 종결지었기 때문이다. 정기감사에서도 별다른 문제를 찾지 못했다며 일부 교원들의 진술만을 토해 사실상 학교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교사 처우에 대한 감사에서는 '문제없음'이라던 행정청의 칼날이, 다른 감사에서는 해당 학교의 수십억 원대 횡령 정황을 포착해냈다. 담당자는 구속됐고 관련자들은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이것이 교육행정청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징계 대상자들은 직분만 바꾼 채 버젓이 학교로 돌아왔고, 내부적 갈등의 올가미는 고인의 목을 또다시 죄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교권 보호를 위해 '교권 보장 5법'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악성 민원 대응부터 심리·정서 지원, 자살 예방 교육, 사후 예방 지침까지 촘촘하게 만들었다고 자화찬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아무리 화려하게 바뀐들, 벼랑 끝에 선 당사자에겐 그저 ‘무용지물’인 껍데기일 뿐이다. 제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실효성의 문제다. 인간관계에서 기인한 생생한 고통과 상처는 행정 서류 몇 장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전담팀이 생겼다고 해서 매일 눈앞에서 마주하는 지옥이 마법처럼 사라질 리 만무하다.

 

더욱이 고립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잘 만들어진 제도라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극단적인 우울과 절망, ‘내가 사라져야만 이 고통이 끝난다’는 생각에 뇌가 지배당한 상황에서, 복잡한 상담 신청이나 법적 대리 대응 절차를 알아보고 행동으로 옮길 에너지가 남아있을 리 없다.

 

법과 정책이 아무리 그물망처럼 촘촘해도, 현장에 ‘너 하나만 참으면 학교가 조용하다’는 식의 차가운 냉소가 가득하다면 그것은 죽은 제도다.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행정적·형식적 수습에만 치중하는 제도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가해자와의 분리 등 근본적 문제를 물리적으로 해결해 주지 않는다면, 상담을 몇 번 받든 병가를 몇 달 쓰든 복직하는 순간 고통은 고스란히 재발한다. ‘위험 인지’와 ‘실질적 구제’가 따로 노는 관료주의적 ‘나몰라라’ 행정 속에서, 구제가 선행되지 않는 제도는 허상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교육행정청이 뼈아프게 되새겨야 할 대목은 제도를 자의적으로 분리해 면피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취재 당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원 간의 일은 교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해괴한 해석을 내놓았다. 내부 지침의 잣대를 들이대며, 더 큰 범주의 인권 침해를 간과한 것이다. 현행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어디에도 가해자가 학부모나 학생일 때만 인권 침해이고, 동료나 상급자일 때는 예외라는 해괴한 규정은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학교장, 교육청, 동료 교원 등 피조사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타인의 평등권을 침해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는 당연히 조사 대상이 되는 인권 침해이자 차별 행위다. 또한 교직 사회 역시 공무원법과 근로기준법의 상호 적용을 받기에, 교장·교감의 갑질이나 동료 간의 집단 따돌림은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분류된다.

 

결국 "학부모가 아니니 교원지위법상 교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던 교육청의 해석은, 행정 편의주의에 찌든 핑계였을 뿐이다.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3에 의거, 학교 내 상급자나 동료에 의한 괴롭힘은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에 따라 엄중히 처벌되어야 마땅한 사안이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교원 간의 갈등으로 인해 교사가 이미 '두 번의 자살 시도'를 했다는 사실을 행정이 인지했다면, 교육청 감사관실이 즉시 개입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비위 사실을 철저히 조사했어야 했다.

 

아울러 국가공무원법 및 안전보건의무에 따라 교육감은 소속 공무원이 신체적·정신적 위험에 처했을 때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인지 이후 아무런 실질적 구제를 하지 않아 끝내 세 번째 선택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방치한 것은, 행정 당국이 자신들의 감사 및 징계 의무를 전적으로 방기(放棄)한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교권(敎權)은 교사가 학생을 바르게 가르치기 위해 법적·사회적으로 보장받는 정당한 권리와 권위다. 하지만 고인이 외치던 직장 내 괴롭힘의 비명은, 피조사자들의 “모든 것은 교사를 위해 조치한 것”이라는 주관적인 면담 진술 한마디에 묻혀 무의미한 메아리로 끝났다.

 

반면 교사에게 씌워진 법적 굴레는 재고소와 추가 고소로 이어지며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로 남았다. 무엇이 진실인지 밝히려는 당국의 의지는 없었다. 벼랑 끝에서 또 다른 문제를 안고 타지로 떠난 교사에 대한 추가 면담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관할 청이 달라 함부로 만날 수가 없다”는 행정 영역의 선 긋기가 그들이 내놓은 핑계의 전부였다.

 

거대한 비극이 터질 때마다 국회와 정부는 급하게 법안을 쏟아낸다. 이미 소중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이 수없이 제정됐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근본적인 구조를 혁신하기보다 국민적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소나기성 쇼’에 가까웠다. 행정 절차만 까다로워질 뿐, 정작 당장 구조되어야 할 약자들은 복잡한 서류 절차에 가로막혀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규제의 역설’만 되풀이되고 있다.

 

한 교사의 죽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가벼워서도 안 된다. “행정적으로 할 만큼 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시스템이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람만은 살려냈어야 했다. 학교도, 교육자도 억울한 눈물을 흘리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것이 국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자 진정한 제도와 법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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